상단여백
HOME 연재종료
‘싸이다’와 ‘쌓이다’ / ‘안’과 ‘않-’
박시균(국어국문학 교수) | 승인 2012.03.28 |(0호)

여러분과 국어의 ‘바른 말 고운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첫 번째 여러분과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가 흘렀네요. 여러분도 새 학기가 시작되어 적응이 어려웠을 텐데 이제는 서서히 적응이 되어 가지요? ‘바른 말 고운 말’을 찾아 저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도 좀 더 익숙해졌으면 합니다.

 

‘싸이다’와 ‘쌓이다’ / ‘안’과 ‘않-’

 

‘강보에 싸여 있는 아기’ / ‘강보에 쌓여 있는 아기’

 

위의 두 표현 중 맞는 것을 골라 보세요. 맞는 것은 ‘강보에 싸여 있는 아기’입니다. 여기서의 ‘싸여’는 ‘물건을 안에 넣고 보이지 않게 씌워 가리거나 둘러 말다’의 뜻을 가진 ‘싸다’의 피동사인 ‘싸이다’의 연결형입니다. ‘싸여’가 쓰인 다른 예들을 좀 더 살펴봅시다.

 

‘도시락은 예쁜 보자기로 싸여 있었다.’

‘나는 신문지로 싸여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싸다’나 ‘싸이다’ 앞에 ‘둘러-’나 ‘에워-’가 붙는 ‘둘러싸다’, ‘에워싸다’, ‘둘러싸이다’, ‘에워싸이다’의 경우에도 역시 ‘싸-’에 받침 ‘ᄒ’을 붙이지 않습니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는 지지자들에 에워싸여 있었다.’

 

설명을 듣고 보니 틀릴 것 같지 않지요?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중에 이를 ‘쌓여’로 쓸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싸여’를 쓰면 안 되고 ‘쌓여’로 써야 맞는 경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발밑에는 옷이 한 무더기 싸여 있었다.’ / ‘발밑에는 옷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위 두 문장 중 맞는 것은 ‘발밑에는 옷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입니다. ‘여러 개의 물건을 겹겹이 포개어 얹어 놓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쌓다’의 피동사입니다. 그러므로 ‘옷이 한 무더기 싸여 있었다.’는 틀리고 ‘옷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가 맞는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쉬지 않고 벽돌을 올리자, 담은 점점 높이 쌓여 갔다.’

‘금고에 돈이 쌓여도 근심이 끊일 날이 없다.’

 

발음상으로는 /ᄒ/이 탈락되어 ‘싸이다’와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싸이다’와 ‘쌓이다’ 사이에 혼동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쌓이다’와 관련된 예들은 ‘옷, 벽돌, 돈’이 ‘누적되어’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쓰기 전에 단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헷갈리거나 틀리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하게 혼동되어 쓰이는 것으로 ‘안’과 ‘않다’의 ‘않-’이 있는데요. 인터넷 등에서 누리꾼들이 올린 글을 읽다 보면 ‘않 먹고 싶어요.’ ‘운동을 않 하니 몸이 근질 거려요.’와 같은 틀린 표현이 눈에 뜨입니다. ‘안’은 ‘아니’의 준말로 ‘용언(동사, 형용사)앞에 쓰여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안 먹다’, ‘이야기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이 궁금하다.’와 같이 쓰입니다.

‘않-’은 ‘동사나 형용사의 뒤에서 ‘–지 않다’의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책을 보지 않다’,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와 같이 쓰입니다. 이 두 표현이 철자 및 쓰임에서 확연히 구별되는 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둘에 대해 혼동을 일으키는 것은 발음이 [안]으로 같게 나고 부정의 뜻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둘이 용언 앞과 뒤에서 각각 쓰인다는 것을 명심하면 틀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공부를 통해서 ‘싸이다’와 ‘쌓이다’ / ‘안’과 ‘않-’의 차이에 대해서 확실히 아셨죠? 다음에는 틀리게 쓰지 않도록 하세요.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만납시다.

박시균(국어국문학 교수)  1100062@kunsan.ac.kr

<저작권자 © 황룡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언론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4150) 전라북도 군산시 대학로 558  |  대표전화 : 063-469-425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장호
Copyright © 2011-2022 황룡닷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