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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와 마법의 숲>
강유정 | 승인 2012.10.10 |(0호)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디즈니가 야심적으로 만들어낸 3D 애니메이션이다. 야심작이라는 점은 픽사와의 공동작업으로 <토이 스토리>라는 걸출한 프랜차이즈를 완성해 낸 이후,라는 시기적 문제와 관련있다.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이 최근 지향하는 바는 <업>이나 <라따뚜이> 같은 작품 속에 잘 반영되어 있다. 인물의 극사실주의적 묘사와 마이너리티 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업>이 인생의 뒤안길에 들어선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라따뚜이>는 주방의 천적 “쥐”를 천재 요리사로 내세웠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역시 이러한 방향성 안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디즈니에선 종종 여성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왔다. 1935년 디즈니의 첫 작품이었던 <백설공주>로부터 1990년대 변혁기를 맞아 카젠버그가 선택한 주인공도 바로 <인어공주>였다. 대개 전통 민담이나 설화, 아동용 동화를 원작으로 삼는 관습에서 대개 이 이야기들은 디즈니 풍으로 각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조금 변화된 여성 캐릭터로 <뮬란>이 선택되기도 했지만 디즈니의 고질적 보수성에 대한 논쟁을 불식시키기는 어려웠다. 뮬란이라는 캐릭터 역시 오리엔탈리즘의 산물이었고 한편으로는 가족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새로운 여성 인물의 창조와 디즈니식 성장담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우선 이 이야기는 켈트 신화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디즈니는 스코틀랜드를 호방함과 대자연, 박력으로 묘사해 낸다.

메리다 공주는 딸아이, 공주의 윤리나 교양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어 한다. 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활을 선물하고 그녀는 선머슴처럼 대자연 속을 누빈다. 하지만 품위 있는 어머니는 딸의 그런 모습을 탐탁지 않아한다. 식탁에 무기를 올려두어서는 안되고, 머리칼을 단정히 하고, 뛰어 다녀서도 안 된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엄마와 딸은 결국 결혼문제를 두고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대립하게 된다.

약간의 줄거리에서 짐작되듯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여성 성장담을 모티프로 삼고 있다. 결혼도 예의도 부정하는 메리다는 영영 성적 2차 성징 이전의 유아 상태로 머물고 싶어 하는 소녀성과 기존의 가족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여전사의 중간 쯤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으로 봐선 그녀가 독립적 정체성을 주장하는 듯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의 행동은 철부지의 고집과 다를 바 없다. 사실 메리다는 우리가 사춘기라고 부르는 그 성장의 핵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결국 메리다는 마법의 힘을 빌려 어머니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문제는 어머니의 마음만 돌리기 위한 시도가 엄마를 곰으로, 물리적으로 바뀌게 했다는 사실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던 메리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마침내 어머니가 곰으로 변신하자 그녀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자신의 잘못된 바람이 어머니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모든 동화의 계모는 사실 친어머니의 투사이미지라고 한다. 우리가 부정하고 싶은 혹은 우리가 원치 않는 엄마의 이미지를 모아 계모라는 이름에 담아 버리는 것이다.

메리다의 모험은 기성 세대의 요구를 부정하고 반대하는 신세대의 요구에도 양가적 가치와 태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메리다가 결혼을 거부하는 데에는 어른 되기에서 도망가는 철부지의 심리도 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주체적 여성의 요구도 있다. 문제는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는 데에도 일정한 어른스러운 방식이 있다는 사실이다. 마녀의 주술로 엄마를 변화시키겠다는 소녀적 발상은 문제를 해결하긴 커녕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좀 더 차분하고 성숙하게 이 문제를 고민할 때, 소녀의 투정은 여성의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소녀를 여성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 스스로의 선택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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