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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의 일식 주택군과 도심 재생
송석기 | 승인 2013.01.01 |(0호)

군산의 원도심에 남아있는 근대 건축 유산 중 양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크고, 작은 일식 주택들이다. 규모가 큰 일식 주택으로는 국가 등록문화재인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나 군산시 향토문화유산인 구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군산지점장 사택, 그리고 구 군산부윤 관사 등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들 건축물 외에도 작지 않은 규모의 주택이 신흥동과 월명동에 여럿 남아있고, 원도심 일대에서는 여기 저기 소규모의 일식 주택이 모여 군집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규모가 큰 일식 주택의 경우, 그 규모 뿐만 아니라 건축물에 사용된 건축 재료나 기술의 격식이 평범하지 않고, 초기 원형이 어느 정도 보존되어 근대기 군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그러한 건축물에는 그 건축물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이 주택의 이름은 대부분 그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구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군산지점장 사택이나 구 군산부윤 관사가 그러한 예이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히로쓰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히로쓰는 일제강점기 군산에서 포목점을 운영하였고, 군산부협의회 의원을 지냈던 군산 유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해지는 이야기에 대한 학문적인 검증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934년에 작성된 군산시 지도에서 군산부윤 관사의 위치를 찾아 볼 수 있는데, 그 위치는 현재 우리가 군산부윤 관사로 알고 있는 건물의 위치와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현재 건물의 위치에는 일본인 이름의 주택이 기록되어 있다. 즉, 지도가 작성되던 당시 이곳에는 군산에서 이름 있는 일본인의 주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사실에서 보면 현재의 건물은 지도가 작성된 이후 군산부윤 관사로 지어졌을 가능성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산부윤 관사가 아닌 개인 주택이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규모가 큰 주택과는 달리 군집을 이루고 있는 소규모의 일식 주택들은 개별 건축물로서는 그다지 중요한 가치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된 건축 재료나 기술의 격식도 평범하고, 많은 부분에서 증축과 변형이 있어 원래의 주택 형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건물의 내력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건축물들은 군집을 이루어 하나의 도시 블록을 형성하거나 가로를 따라 이어져 연속된 가로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역사적인 건축 문화 유산은 군집의 정도와 개별 건축물의 가치에 따라 점, 선, 면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규모가 큰 일식 주택이 점적인 건축 문화 유산이라면 소규모의 일식 주택군은 선 또는 면적인 건축 문화 유산이다.

역사적인 건축 문화 유산의 보존은 초기에는 개별 건축물 자체의 가치가 높은 점적인 건축 유산을 주된 대상으로 하였다. 그러나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국제적으로 점적인 건축 유산을 뛰어넘는 선 또는 면적인 건축 유산의 보존에 대한 개념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것은 중요한 가치를 갖는 개별 건축물 뿐만 아니라 그 건축물을 포함한 주변의 역사적 환경을 함께 보존하고, 역사적인 경관을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군을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서 보존한다는 생각이다. 오늘날에는 도시 전체를 보존 대상으로 할 정도로 그 개념이 확대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와 백제의 수도로서 오랜 역사를 가진 경주와 부여, 익산 등의 도시를 보존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군산에서도 월명동의 2개 블록을 대상으로 일식 주택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월명동의 경우 보존 개념 보다는 ‘도심 재생’의 측면이 더 강조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상지를 군산시에서 매입하고, 숙박시설과 상업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블록에 있었던 일식 주택 중 일부는 수리하였고, 일부는 철거 후 유사한 형식으로 신축하거나 재건축하였다. 이 시범사업이 원도심에 산재한 근대 건축 유산을 재활용하고, 경제적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출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건축 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통해 군산이 좀 더 여유 있고, 풍성한 기억을 가진 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송석기  건축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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