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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된 근대,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
송석기 | 승인 2013.03.06 |(0호)

2011년 9월 30일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시의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에서 가장 선도적인 사업 중 하나이다. 박물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먼저 시작되었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박물관의 개관은 그 규모나 상징성에서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임에는 틀림없다. 박물관과 함께 올해까지 계속되는 1단계 사업에서는 ‘근대문화벨트화사업(이하 벨트화 사업)’과 ‘근대역사경관사업(이하 역사경관 사업)’이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벨트화 사업은 구 군산세관 본관에서 시작하여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에 이르는 내항 일원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을 포함한 몇 개의 근대 건축물을 수리, 복원하여 문화시설로 재활용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또한 역사경관 사업은 군산시 원도심에서 ‘집중화 권역’이라 부르는 2개 블록에 소공원과 근린생활시설, 숙박시설을 조성하고, 이곳에서 원도심을 관통하여 내항의 벨트화 사업 영역으로 연결되는 ‘역사 탐방로’와 ‘역사 경관로’ 2개의 가로 경관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벨트화 사업과 역사경관 사업에는 군산의 원도심에 산재한 근대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새만금과 함께 관광객이 군산에 머무를 수 있는 좀 더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자는 의도도 내재되어 있었고, 이것이 박물관을 포함한 다양한 관련 사업과 연계되면서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확장되었다. 더 나아가 2단계 사업 계획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에 내재된 근대 유산의 관광자원 활용이라는 의도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타당하지만, 문화유산의 측면에서는 문제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관광자원 활용을 위한 정비 사업으로 ‘아름답지 못한 것’들이 제거되고 ‘아름다운 것’들로 대체되어 간다. 근대 유산에 대한 ‘흉물스러운’, 또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과 같은 수식어들은 관광자원으로의 활용을 위한 ‘과도한 디자인’과 과도한 정비 사업을 정당화하는 단어들이다. 이로써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들, 진정한 것들은 사라지고, 그럴듯한 것들이 자리를 대신한다. 국가에서 문화재로 관리하는 근대 유산도 문제는 있다. 여전히 문화재는 원형 복원의 대상이 된다. 완전한 원형 복원이란 애초에 불가능하고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현존하는 진정성이 사라질 수 있다.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에 대한 또 다른 근원적인 문제 제기는 우리 역사에서 비롯된다. ‘적산’ 또는 ‘식민지 잔재’에 왜 많은 예산을 투입하느냐는 반론에서부터 ‘군산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근대 유산과 관련된 모든 사업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전시시설로 활용되는 대부분의 근대 유산에서 전시 주제는 ‘일제 수탈에 대한 교육’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동어반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근대 유산에서 찾을 수 있는 더 많은 의미와 교훈에 대한 충분한 연구도, 그것을 지원할 의지와 여유도 아직까지는 없다.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이 주로 해방 이전을 대상으로 하는 점도 그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근대의 시기 설정에는 다양한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근대가 해방 이전까지로 한정될 수는 없다. 근대 유산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문화재 제도는 50년 이상의 유산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1960년대에 형성된 우리 문화유산이 문화재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군산 역시 일제강점기 이후에 형성된 다양한 문화가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군산의 근대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이 필요한 것이다.

2단계 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예정되어 있다. 2단계 사업에서는 1단계 사업에서 아쉬운 점으로 남아있는 부분들이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업의 대상이 되는 근대 유산의 현존하는 진정성이 사라지지 않고, 해방 이후의 시기까지 대상이 확대되면서 해당 유산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어, 그 내용이 대중의 공감대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해당 유산의 활용 방향을 결정하는데 기초가 되기를 바란다. 문화는 속도와 효율성의 잣대로 잴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좀 더 느려지고, 더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송석기  건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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