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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감(龜鑑)’ / ‘굴지(屈指)’
박시균 | 승인 2012.11.28 |(0호)

이제는 완연한 겨울이 우리 앞에 다가와 동계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달콤한 동계 방학 앞에 놓인 것이 바로 학기말 고사입니다. 여러분도 시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바른 말 고운 말’도 2학기 종착점을 앞두고 여러분의 유종의 미를 기원하며 차분한 마무리를 준비하려 합니다. 오늘은 우리들이 쓰는 한자어 중에 많이 쓰이면서도 그 어원을 잘 모르고 쓰는 것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귀감(龜鑑)’ / ‘굴지(屈指)’

 

“그 사람은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이야.”

“저 사람은 귀감이 될 만한 일을 하고도 내색을 하지 않아.”

 

여러분은 위의 문장들에서처럼 ‘귀감이 되다’라는 표현을 책으로 읽거나 주위에서 들어보셨겠지요? 여기서 ‘귀감’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어렴풋이 아는듯하지만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정확한 뜻을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국어사전에서 ‘귀감’이란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라고 나와 있고 한자사전에서 이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거북등과 거울이라는 뜻으로, 사물(事物)의 본보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국어사전과 한자사전의 뜻풀이가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모범’이나 ‘본보기’란 뜻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귀감’이라는 말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요? 이 단어의 한자는 ‘거북 귀(龜)’와 ‘거울 감(鑑)’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범’이나 ‘본보기’의 뜻이니까 ‘귀할 귀(貴)’자가 쓰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 분도 있겠지만 ‘거북 귀(龜)’자가 와야 맞습니다. 예로부터 거북은 십장생의 하나로 신령한 동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 등껍데기를 가지고 거북점을 치는 데 썼습니다. ‘거북점’은 거북의 등딱지를 불에 태워서 그것이 갈라진 상태를 보고 사람의 장래나 길흉을 판단하는 점을 말합니다.

‘거울 감(鑑)’자가 온 이유는 짐작을 하실 수 있겠지요? 이 글자는 자신의 아름다움 또는 추함을 보기 위해서 세숫대야에 물을 떠 놓고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것을 나타내는 의미로 썼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두 글자는 각각 사람의 행복과 재앙, 아름다움과 추함을 판단해 주는 도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글자가 만난 ‘귀감(龜鑑)’이라는 단어는 길흉을 점쳐주는 ‘귀(龜)’와 아름다움과 추함을 보여주는 거울을 뜻하는 ‘감(鑑)’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바로 잡는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에 굳어져서 ‘귀감이 되다’라는 표현은 ‘본보기가 되다’ 또는 ‘모범이 되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표현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도 남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떨까요?

 

 

“그 회사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야.”

“그 분은 굴지의 회사를 자신의 손으로 키웠어.”

 

우리는 위의 문장들에서처럼 ‘굴지’라는 표현을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 말의 어원을 모른 채 그냥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말은 ‘屈指’라는 한자를 갖고 있는 한자어입니다. ‘굽을 굴(屈)’자와 ‘손가락 지(指)’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즉 손가락을 꼽는다는 뜻입니다. 손가락을 꼽아서 셀 수 있는 숫자는 많지가 않습니다. 기껏해야 ‘열’까지입니다. 따라서 이 단어는 ‘무엇을 셀 때, 손가락을 꼽음’이란 원래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이것이 ‘매우 뛰어나 수많은 가운데서 손꼽힘’이란 의미로 확장되어 쓰이게 되었습니다. 위의 보기 문장에서도 ‘손가락을 꼽아서 셀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기업이나 회사’의 의미로 쓰인 것입니다. 이제는 ‘굴지(屈指)’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셨겠지요?

오늘은 ‘귀감(龜鑑)’과 ‘굴지(屈指)’의 쓰임과 어원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호에 또 다른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시균  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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