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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의 외뿔의 경
박설 | 승인 2015.05.06 |(0호)

숫타니파타는 불경 가운데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경으로 초기 경전을 대표하는 경이다. 남방불교에서 매우 중요시하는 불경이다. 이 경전은 누구 한 사람의 의지로 인하여 쓰인 것은 아니고, 부처의 설법을 부처 사후에 제자들이 모여 운문 형식으로 모음집을 구성한 이후 전래되어 왔다고 전한다. 숫타(sutta)는 팔리어로 경(經)이란 말이고 니파타(nip?ta)는 모음(集)이란 뜻으로 부처의 설법을 모아놓은 것이란 뜻이다.
 이 경은 <법구경> 등과 같이 성립된 시기를 인도의 아소카왕 마우리야 왕조 3대 왕. 재위 이전으로 보고 있다. 모두 5품(5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제 4의 품(義品) 속에 들어 있는 8편의 게송과 제5 피안도품(彼岸道品)이 먼저 이루어진 것으로 5품의 내용이 별도로 유통되다가 어느 시기에 함께 모아져 합집된 것으로 본다. 원래 이 <숫타니파타>는 팔리어로 된 남전(南傳) 장경에 속한 경이다. 그러나 한역 장경 속에도 이 경의 제4품 <의품>에 해당되는 <불설의 족경> 2권이 번역 포함되어 있다. 이는 서북 인도 출신의 지겸(支謙)이 중국으로 와 오(吳)나라 때 3세기 중엽에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에서 모든 괴로움과 고통은 번뇌로부터 나온다고 하였다. 그 번뇌는 실체가 없는 것을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에 집착하는데서 비롯된다고 배웠다. 세상 만물은 생성과 소멸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하고 그것들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 있는 것이다.
 숫타니파타의 경들의 가르침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경 중 하나는 제1장 뱀의 품에 있는 <코뿔소의 외뿔의 경> 이었다. 이 경은 성자나 해탈자의 삶의 보여주거나 그 해탈을 다지는 내용이다. 처음 경의 이름을 보았을 때 어떤 강인함에 대한 내용일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걸 보면서 이것이 고독하게 느껴지는 반면 다른 외부적인 것들에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의 길을 가라고 하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교제가 있으면 애착이 생기고, 애착을 따라 이러한 괴로움이 생겨나니, 애착에서 생겨나는 위험을 살펴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구절이 있다.
‘네 방향을 닦아 적의가 없이 무엇이나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온갖 위험을 극복하여 두려움 없이,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구절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때 묻지 않는 연꽃같이,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을 보면 욕심이나 어떤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고난이나 장애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닦아 나가라는 가르침을 준다. “‘이것은 집착이다. 여기에는 행복이 없다. 이곳에는 만족은 적고 괴로움이 많다. 이것은 낚시 바늘이다.’ 라고 알아, 현자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구절이 세상은 번뇌로 가득 차 있고 낚시 바늘같은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그것이 실체가 아님을 알려주는 구절인 것 같다. ‘마음의 다섯 가지 장애를 끊고, 모든 사소한 번뇌를 잘라 버려 의존하지 않고, 갈애의 허물을 끊어 버리고,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구절에 나와 있는 다섯 가지 장애란 해태와 혼침, 의심, 분노, 흥분과 회환,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라고 주석에 나와 있다. 그리고 베라네스 왕의 이야기를 알려주며 이 다섯 가지의 장애를 끊어야 선정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구절로는 ‘탐욕 없이, 속임 없이, 갈망 없이, 위선 없이, 혼탁과 미혹을 태워버리고, 세상의 온갖 바램에서 벗어나,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이 두 개의 구절 다 번뇌를 끊고 선정에 이르러야 함을 말한다. 선정이 무엇인가 해서 찾아보니 선정(禪定) 즉,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전혀 동요가 없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라고 정의 되어 있다. 이 다섯 가지의 장애를 끊으면 다섯 가지의 선정요소가 나타난다. 해태와 혼침(정신이 흐려지는 것)이 사라지면 사유하게 되고, 의심을 없애면 숙고하게 되고, 분노를 없애면 희열을 느끼게 되고, 흥분과 회환을 없애면 행복이 나타나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잠재우면 심일경성 하게 된다고 한다. 심일경성의 뜻도 찾아보니 마음[心]을 하나의 대상[一境]에 집중하는 선정의 속성[性]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이처럼 번뇌를 일으키는 것들을 끊고 그런 것들을 초월하는 열반할 수 있는 정신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그런데 11구절에 보면 ‘만일 그대가 어질고 단호한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들도 극복하리니, 기쁘게 새김을 갖추어 그와 함께 가라.’ 라는 말이 있다. 내가 이 경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이 구절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서였다. 다른 구절의 가르침이나 현자들의 태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여태까지 모든 구절에서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고 하며 고독한 수행을 나타내는 것 같았는데 이 구절만이 혼자서 가라는 말이 없고 어질고 성숙한 벗이 있으면 그를 기쁘게 여기고 그와 함께 가라는 말이 그 어떤 가르침보다 가슴에 와 닿았다. 이 경에서 집착을 버리고 번뇌에서 벗어나 하나의 길에 집중해서 수행하는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경이었다.

박설  철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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