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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의 집순이 나야 나집순이가 어때서? 이불 안이 얼마나 안전한데!
장세희 기자 | 승인 2018.05.08 |(511호)

  수요일이다.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 밤, 주말이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막막해하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일주일의 중간에 서있다. 이처럼 세간에는 지칠 대로 지친 수요일 오후 3시에 사람이 가장 못나 보인다는 말도 있다던데 오히려 나의 수요일은 무척 평온한 편이다. 학교 수업 시간표로도, 오늘 내일만 지나면 꿀 같은 금공강을 맞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주일 중 수요일은 유일하게 1교시가 없는 날이다. ‘이불 밖은 위험해’를 온 몸으로 실천하는 내게 하루를 9시 이후에 열 수 있다는 건 축복이나 다름없다. 목표는 3교시, 11시 수업에 늦지 않게 도착하는 것. 오전 10시에 알람이 울리면 가급적이면 천천히, 이왕이면 있는 힘껏 늦장을 부리며 침대 밖으로 나온다. 덜 떠진 눈을 부비며 벽시계를 올려다보면 아뿔싸, 깔끔하게 치장하고 등교하기엔 이미 늦었다. 부랴부랴 물세수를 하고 눈에 보이는 옷을 걸쳐 입으며 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뛰는 내내 ‘나, 이런 몰골로 학교에 가도 되는 걸까?’ 고민하지만 어차피 이번 시간은 교양이다. 날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목표지점까지 힘차게 달린다.

 혼자 듣는 강의, 요즘 말로 혼강은 뜬소문과 다르게 그렇게 적적하지도, 불이익이 많지도 않다. 전공 수업 시간표에 맞춰 신청하느라 혼자서 듣게 된 교양이었지만 외롭지 않게 잘 수업에 임하고 있다. 대형 강의실에 들어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 끄덕이다보면 어느새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있다.

▲외롭지 않은 혼강 / 촬영 : 장세희 기자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집으로 향한다. 8교시, 즉 4시에 예정되어있는 다음 수업까지 집 밖에서 돌아다니기란 집순이에게 꽤나 가혹한 일이다. 점심은 주로 집에서 먹는다. 2학년이 되며 친구들과 시간표가 많이 달라져 집밥을 찾는 빈도가 높아졌다. 평소에는 어머니와 함께 식탁에 앉아 단란한 식사를 하지만 최근 어머니께서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점심을 거르시는 탓에 어쩔 수 없이 혼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외롭지 않은 혼밥/ 촬영 : 장세희 기자

 

 점심을 먹고 난 후 다음 수업을 위해 집을 나서기까지는 2시간 정도가 남는다. 이 시간은 보통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데, 주로 수다를 떨지만 가끔 함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도 있다. 어머니와 취향이 잘 맞는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나는 어머니와 상당한 부분에서 취향이 일치해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편인데, 최근에는 연예인으로 대동단결 되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친구와만 일명 덕질을 해왔었는데 이 덕질이라는 것을 어머니와 함께하면서 새로운 묘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둘이서 한 쪽씩 브로마이드를 붙잡고 벽에 붙여가며 도배를 하는 맛이 쏠쏠하다.

▲덕심으로 채운 벽 한 쪽 / 촬영 : 장세희 기자

 

 다시 학교에 갔다가 수업을 완전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5시가 조금 넘어간다. 아버지는 저녁 늦게 퇴근하시고, 하나 뿐인 동생은 학교 기숙사에 사는 탓에 저녁시간도 어머니와 단 둘이서 보내는 경우가 잦다. 매번 TV 리모컨만 만지작거리고, 의미 없는 대화만을 이어가는 것에 무료함을 느낀 우리는 새로움을 꾀하던 중 최근 와플 기계를 장만했다. 와플 기계의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우리는 맛있는 와플을 만들기 위해 반죽 재료의 황금 비율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보며 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우리는 결국 입맛에 딱 들어맞는 와플을 구워낼 수 있었다.

▲와플 재료와 완성 된 와플 / 촬영 : 장세희 기자

 

 이 밖에도 ‘집순이’인 나는 집 안에서 많은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나는 취미로 포토샵을 다루는데, 근래 노트북을 장만한 후로는 취미 생활을 하기가 더 편해져서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이 더 적어졌다. 그러나 다섯 칸짜리 와이파이가 있고, 배고프면 꺼내 먹을 음식이 있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늘어놓을 가족도 있고, 잠이 오면 언제든지 몸을 던질 수 있는 침대가 있는,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춰져 있는 행복한 우리 집 안에서라면 그 무엇도 무서울 것이 없다. 바깥순이를 자처하는 이들이여, 이번 주말에는 포근한 집에서의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어떠한가?

장세희 기자  whysoserious@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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