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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과 팩션 사이 곡예, 줄타기 어디까지?줄을 잇는 역사 왜곡… 어디까지가 팩션인가
장세희 기자 | 승인 2018.10.02 |(514호)

 지난 23일 종영한 tvN 주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에 대한 역사 왜곡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해당 드라마의 역사 왜곡에 대해 경고 조치를 취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친일과 일제강점기 전쟁 가해국 일본. 명확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에서 가해 입장에 있는 캐릭터에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배경·사연이 삽입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원자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조선 사람들의 정서를 왜곡하지 않고 알맞게 대변한 작품도 있다”고 덧붙이며 “조선이라는 나라를 피해국이 아닌 ‘그것을 자초한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청원 마감이 된 8월 15일, 해당 청원의 참여 인원은 28,481명을 기록했다.

 해당 드라마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극 중 배우 유연석이 맡은 구동매라는 인물이다. 미스터 션샤인 측은 한일합병에 이바지했던 조선의 극우단체 흑룡회의 명칭을 드라마에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극 중 흑룡회 한성 지부장인 구동매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질 경우 친일을 미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제작진은 해당 단체의 명칭을 무신회로 수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션샤인의 친일 미화 논란은 계속되었다. 극 중 배우 김의성이 맡은 이완익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토 히로부미를 만나 단 돈 오만 원에 조선을 넘기겠다고 말한다. 우리에겐 아픈 역사로 남은 일제강점기가 마치 조선에만 이유가 존재하고, 일본은 조선을 침탈할 의지조차 아예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더불어 제국주의 열강에 비해 조선이 한없이 미개하고 열등하다는 연출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청원자의 말처럼, 명실상부 제국주의의 피해국이었던 조선을 ‘자초한 쪽’으로 드라마는 몰고 있던 것이다.

▲ 논란의 중심이 된 구동매 / 출처 : ‘미스터 션샤인’ 공식 홈페이지

  이와 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 7월 개봉하여 육백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역시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다. 극 중에서 배우 황정민은 생계형 친일파 이강옥을 연기했다. 당시 강제 노역의 참혹함을 표현하는 장치로 어떻게 일본 정부 대신 조선인 친일파가 등장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EBS 한국사 강사 최태성은 자신의 트위터에 "군함도의 강제 노역을 다룬 '역사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어마어마한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탈출 영화'였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드라마 ‘기황후(2013, 극본 장영철, 정경순)’, ‘선덕여왕(2009, 극본 김영현, 박성연)’ 등과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등에서도 역사 왜곡에 관련된 논쟁이 이어졌었다.

▲ 논란이 되었던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 출처 : ‘군함도’ 공식 사이트

 시청자들은 역사가 왜곡된 미디어를 쉽게 접하며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직 올바른 역사의식이 잡히지 않은 중·고등학생에게 큰 영향을 준다. 금강중학교에 재학 중인 한 중학생은 “극 중에서 구동매가 너무 멋있어서 친일이 나쁘다는 것도 잊고 극에 몰입하곤 한다”고 말했다. 한민영 학우(건축해양건설융합공학·17) 학우는 “미스터 션샤인의 작가가 워낙 유명해서 드라마 첫 화가 방영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결국 중간에 보기를 포기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왜곡된 미디어는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지식과 불편함을 안겨줄 수 있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합성어로 팩션(Faction)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을 뜻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용어다. 그러나 그릇된 상상력으로 역사 자체를 탈 바꿔 버린다거나, 극악했던 역사를 미화하여 배포하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 많은 대중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매체인 만큼 작가의 상상력에도 어느 정도의 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세희 기자  whysoserious@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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