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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회 황룡학술문학상 문학부문 가작(수필)순간의 감정
관리자 | 승인 2019.01.07 |(0호)

<순간의 감정>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나는 한 사람을 좋아해왔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8년 동안, 나는 한 번도 그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표현을 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정말 나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표현하던 나였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 사람 앞에서는 내 감정을 숨기게 되고 오히려 무뚝뚝하게 대했다.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건지는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떠한 순간에 그 사람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끼게 된 건지, 왜 좋아하게 된 건지, 모두 답할 수 없다. 그저 그 사람이 끌렸다고 밖에 내 감정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내가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나서는 정말 그 사람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 사람이 나보다 한 살 선배였기 때문에 대놓고 티를 못 내서였을까. 직접적으로 표현을 못하고 정말 바보 같은 행동들만 골라서 했었다. 어렸을 때 많이 했던, 종이 한 쪽에 그 사람이 이름을 빼곡히 적어 놓고 종이 비행기로 접어서 창문 밖으로 날리기도 해봤고, 그 사람의 이름을 대놓고 말하고 다닐 수 없어서 친구들끼리 별명을 짓고 놀기도 하였다. 그 때 그 사람의 별명은 J, 닷컴, 하회탈이었다. J는 그 사람의 이니셜 중 하나였고, 하회탈은 그 사람의 웃는 모습이 하회탈과 비슷해서였고, 닷컴은 다른 학생들이 그 사람을 칭하는 건 줄 알 것만 같아 정말 연관성 하나 없이 만든 별명이다. 어쨌든, 그렇게 학교를 다니면서 혹시라도 급식을 먹다가 마주칠까, 복도를 걸어 다니다 마주칠까, 집을 가는 길에 마주칠까 기대하며 매일 하루하루를 보냈다. 농구를 좋아하던 그 사람을 보기 위해 점심 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운동장에 가서 그 사람이 농구하는 모습을 다른 친구들 뒤에서 숨어 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나는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나의 하루하루를 그 사람 보는 낙으로 살았다.

나는 아직도 그 오빠와 일어났던 모든 일화들을 빠짐없이 기억한다. 중학교 1학년 체육대회 때 내가 입었던 반티를 보고 웃으며 지나간 것도 기억나고, 그 날 식수대에서 나에게 물장난을 치며 괴롭혔던 친구에게 나 대신 뭐라고 해줬던 것도 기억나고, 중학교 2학년 때 나와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보다가 내가 떨어트린 OMR 답안지를 직접 다 주워 주며 나에게 건네 주었던 것도 기억한다. 이것 말고도 매일 마주칠 때마다 봤던 그 사람의 표정까지도 다 기억난다. 그럴 때마다 행복해하는 나를 보며 내 친구들은 항상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그 분에게 고백을 하라고 하곤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고, 그 사람에게 고백을 하기에 내가 너무나 못나보였다. 그 당시 그 사람은 정말 잘생기고, 키도 크고, 공부도 꽤 하고, 운동도 잘하고, 심지어 주변에 여자들도 많아서 내가 감히 우러러볼 수도 없는 존재였다.

그런 나를 친구들이 안쓰럽게 여겨서 나 몰래 그 사람에게 전화도 하고 문자도 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때는 싸이월드가 존재했던 때라, 파도타기를 해서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내가 없을 때 나 몰래 그 분에게 전화를 해서 ‘친구가 선배 좋아한대요!’라고 말하고, 문자로도 몰래 보냈었다. 그 전화를 했을 당시 그 사람의 대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나를 알고 있냐는 친구의 질문에 안다고 대답을 하고,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전해주자, 전화기 너머로 그 사람의 친구들이 수군수군대고 통화가 끊겼었다. 그 일을 생각만 하면 아직도 등골에 한기가 서린다. 그 일이 있은 후에 정말 앞으론 고백도 못하고 아는 체도 못하겠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지냈다.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서로 다른 곳으로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레 내 마음도 조금 멀어졌었다. 그저 페이스북을 보며 그 사람의 근황을 보는 정도?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그 사람은 수 없이 많은 여자친구들을 사귀고 있었고, 거기에 내가 여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노느라 이성에 관심이 아예 없어졌었다. 그러다가 대학교를 가게 되고, 주변에 커플들도 자주 보게 되고, 이성들도 자주 보게 되니 다시 또 그 때의 기억들이 떠오르며 그 사람이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때 고백하지 못했던 때가 생각나, 후회를 많이 하였다.

그렇지만 내 마음에 확신이 드는 사이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이 수능을 보기 전 날 페이스북 메시지로 시험 잘 보라는 응원의 말도 해주었고,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하고, 좋아요도 눌러준다. 남들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굉장한 변화이고 용기이다. 하지만 아직도 후회가 되기는 한다. 만약 내가 정말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그 사람에게 고백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아직까지도 후회가 남지는 않았을 텐데. 그 때 확실히 고백을 하고 나의 마음을 확실히 정리했으면, 이렇게 후회하면서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을 한심스럽게 바라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내가 그 사람에게 고백은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와 그 사람은 이미 끝났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아예 사그라들었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그 사람이 여자친구를 사귀고 좋아하는 모습이 보일 때,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알아차렸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변함없이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나지만, 그 사람 때문에 행복하고 슬퍼하던 중학생 때의 나와, 그 사람을 보며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다. 이 이후로 나는 많은 것들을 느꼈다.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나서 후회하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말이 뼈저리게 가슴에 와 닿았고, 그 순간 순간의 감정들은 그 순간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것도 느꼈다. 그 순간 이후에는 그저 추억으로만 남는 것이다. 중요한 건 순간, 순간이다. 그 순간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은 용기있는 자이고, 그런 자만이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나는 그러지 못했던 사람이었고, 결국 사랑도 받지 못했고,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자신이 남보다 못나 보여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 못한다는 말도, 결국은 용기가 없는 자들이 뱉어내는 핑계이고, 변명이다. 못나 보인다고 느끼는 것은 자기 자신을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것과 같다. 자신을 자신의 테두리 안에 가둬 놓고 채찍질하며 후회하는 삶 보다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며, 순간 순간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간다면, 분명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될 것이고, 자신도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도 지난 날의 일들은 전부 그저 추억으로 묻어두고, 남은 감정 또한 미련없이 버린 채로, 나 자신을 어떠한 기준에 가두지 않으며, 앞으로 순간 순간의 감정들을 소중히 여기고 솔직하게 표현할 것이다.

 

 

군산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과 2학년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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