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황룡학술문학상
제 38회 황룡학술문학상 문학부문 우수상 (시)근시안
관리자 | 승인 2019.12.31 |(0호)

<근시안>

 

 

아버지는 고인과 찻집에서 만났다

 

우리의 얼굴은 수북이 쌓인 국화와 함께 끓고 있다

컵의 테두리에 부딪치는 파문은

할아버지의 머리칼을 닮았다

 

나의 맞은편에 아버지가 앉아있고

공중으로 갈라지는 국화향은 그와 나를 휘감았다

 

찻잔을 어루만진다

 

아무런 향이 나지 않는 차를 마시면

은은한 향이 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얀 국화가 건조되어 가는 시간에

둥그스름한 그림자 두 개가 사람처럼 앉아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찻집을 드나들고

그는 노인의 뒷모습을 보았다

 

찻물의 색깔이 극에 달하는 순간에

나는 우려진다

 

우리는 일렁이는 파문이 되면서

다른 생각을 했다

때론 텅 빈 뜰을 보면서

아득한 빛 속에서 눈이 멀었다

 

이따금 들리는 파열음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국화차가 한 모금씩 식도를 타넘을 때마다

나는 노인이 되었다

 

찻잔은 어떠한 부고도 담고 있지 않다

아버지의 맞은편에는 할아버지가 앉아있다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양수호

 

관리자  press@kunsan.ac.kr

<저작권자 © 황룡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리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최근 인기기사
    언론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4150) 전라북도 군산시 대학로 558  |  대표전화 : 063-469-4113~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곽병선
    Copyright © 2011-2020 황룡닷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