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황룡학술문학상
제 38회 황룡학술문학상 학술부문 가작 (독서리뷰)아몬드의 씁쓸한 맛
관리자 | 승인 2019.12.31 |(0호)

아몬드의 씁쓸한 맛

 

 

 

아몬드. 모두에게 있지만 크기는 제각각인 것. 날갯짓도 못 하는 그 작은 것에서 수많은 감정의 태풍이 시작된다.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편도체의 크기가 작아 감정을 가지기 어려운 머리를 타고났다. 상처받지 않아 좋은 점도 있지만, 마음 하나로 복잡하게 얽혀드는 인간관계를 이어나가기엔 사회성이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 탓에 괴롭힘도 당하고, 별별 소문을 다 달고 다니지만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 기분 나쁘다는 느낌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곤이 역시 주인공을 괴롭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태연한 주인공의 무덤덤함 덕분에 오히려 친해진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 주인공은 점차 달라져 간다.

곤이 말고도 새로운 친구가 생겨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는가 하면, 일탈을 일삼는 곤이가 위험한 사람을 만나 위협당할 때는 한 몸을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성장소설의 매력인 ‘함께 자라는 맛’을 톡톡히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더디고 긴 변화 끝에 마침내 주인공의 아몬드는 부풀게 된다. 기적적으로 혼수상태에서 벗어난 엄마를 보며 눈물을 내비칠 수 있게 되었으니 전보다 많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감정을 모르는 주인공이 툭툭 내뱉는 말을 흥미롭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 펼쳐진다. 술술 읽히는 가벼운 문체 사이로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주변 인물들 또한 빛난다. 그들은 주인공의 곁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성장은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읽는 우리에게도 모종의 변화가 찾아왔을까. 재미로만 읽기에는 보다 깊은 주제를 다룬 소설. 책장을 넘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크게 두 가지 편견을 깨닫게 해준다.

그중 하나는 상대가 나와 다르면 호기심과 이유 모를 불쾌감을 가지고 배척하는 것이다. 감정이 무딘 사람에게 온갖 못된 질문을 하고 괴롭히면서도 큰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반 아이들이 그 예시다.

공포를 학습하지 못하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이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재미삼아 괴롭히는 아이 중 누가 정말 사이코패스에 가까울까.

누군가 짓궂은 장난을 해올 때 반응하지 않으면 더는 건들지 않는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물리적인 압력을 가해오지 않는다고 해서 괴롭힘이 끝난 것은 아니다. 무시하는 시선과 지나가듯 던지는 냉정한 말투들이 서로의 거리감을 여실히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주변에는 다행히 먼저 다가와 따스하게 대해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 역시 일부였을 뿐이다. 대부분은 반 아이들처럼 주인공의 무미건조함에 이질감을 느꼈다. 나와 다르다는 공포에서 시작된 혐오는 자기도 모르게 몸속 깊이 뿌리내리고 만다.

현대 사회를 뒤덮은 증오 범죄들의 이면에도 바로 이런 심리가 숨어있다. 불행한 나와 행복한 타인을 비교하다가 화를 내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까지 그 불씨가 번진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태연히 저지르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또 다른 편견은 바로 안 좋은 낙인이 찍힌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

사실 이 소설은 곤이를 색안경 없이 맨눈으로 바라본 기록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곤이의 존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사에 평온한 주인공의 시점에서 곤이는 문제아이기는 하지만 나비 한 마리의 죽음에 아파할 정도로 섬세한 아이다. 그에게는 그런 일탈이 어울리지 않는다. 적어도 주인공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반면에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우리의 눈에 곤이는 그저 흔해빠진 비행청소년이다. 독자라는 객관적인 입장에서도 내가 만약 저 장소에 있었다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을 게 쉽게 상상이 갔다.

그러니 곤이를 처음부터 말썽 피우는 녀석으로 단정 짓고 멀리하는 반 아이들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실제상황에서 위협적인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는 것은 어른에게도 힘든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낙인의 종류에는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종, 성별, 나이, 직업, 가정형편, 하다못해 외형까지도 보이지 않는 도장으로 등급 매겨져 분류되는 일이 허다하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이미지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는 ‘낙인효과’처럼 우리의 차가운 시선이 누군가를 일정한 틀에 가두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그 울타리 안에 갇혀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편협했던 시야를 깨닫자 자연스레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무리를 짓고 살면서 그 안에 타겟을 정해 따돌리는 것이 우리의 본성일까?

소위 평범하다고 정의되는 사람들이 주인공과 곤이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것을 보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를 섣불리 재단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러한 거리감이 직접적인 악행보다 더 상처로 느껴질 수 있다.

소수를 배척하는 다수를 정상인으로 규정하고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을 무리에서 제외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면 인류는 그 어떤 동물보다도 이기적인 집단이 된다.

오늘의 정상을 정의한 기준이 내일은 비정상으로 분류될지 모른다. 당장 다음 주의 주가상승률도 정확히 모르는 우리는 그만큼 유동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에 발맞춰 이런저런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내부에는 진득한 편견이 자리 잡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주인공과 곤이가 달라진 것을 보면 우리 역시 다양성을 수용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 날이 올 때, 모두의 아몬드는 제대로 된 단맛을 낼 것이다.

 

 

 

                                          군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4학년 박찬미

관리자  press@kunsan.ac.kr

<저작권자 © 황룡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리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최근 인기기사
    언론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4150) 전라북도 군산시 대학로 558  |  대표전화 : 063-469-4113~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곽병선
    Copyright © 2011-2020 황룡닷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