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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황룡학술문학상 문학부문 대상 수상작 (시)야외 수업
관리자 | 승인 2021.02.23 |(0호)

야외 수업

 

 

뒷산의 초록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살구나무 둥치에 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앉으면

영영 사랑하게 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네 사주팔자엔 온통 木자뿐이구나

나무가 많으면 숲이 된다지만

밖엔 아무도 없다. 발뺌하듯이

 

뒷산에서 살아남은 여러 해 살이 잔디와

애인을 바꿔 온 사람들

 

오래전 유행이 돌아오던 여름에

죽은 잎이 새 잎을 키우고

전 애인의 얼굴선보다

죽은 잔디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나무가 언제부터 그렇게 길러졌는지

나무가 되어야만 나무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있다

떨어진 살구를 짓밟던

오랜 사랑을 꿈꾸던

몇몇의 연인

 

*

 

나무를 어떻게 다뤄야 나무가 될 수 있나

 

연필을 쥐거나 나뭇가지를 부러트리기도 하고

무너지는 흙에 넘어지는 나무를 일으켜보기도 한 지난 장마

 

거기에 숲이 있었다는 건 분명했지만

 

사랑에 대해서 쓰기로 한다

살구를 줍거나 엉덩이 골이 깊이 파인 그 나무에 대해

 

지지대에 기대어 자라는 나무들이 다 자라도

울창하다는 기분을 말하지 않았고

 

나는 우연히 아는

나무의 이름이 많았다

 

사라지고 다시 자라고 어떤 게 사랑인지 분명히는 몰라도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4학년 이정화

 

관리자  press@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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