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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말 고운 말 5
박시균 | 승인 2012.05.23 |(0호)

여러분과 처음 지면을 통해 인사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바른 말 고운 말’의 다섯 번째 내용을 쓰고 있네요. 여러분들도 바른 말 고운 말의 내용을 읽으면서 국어를 바르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1학기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차분히 1학기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지요. 기말시험도 서서히 준비해야 하겠고요. 이제 ‘바른 말 고운 말’의 다섯 번째 여행을 떠나 볼까요? 

 

‘개비’와 ‘갑’ / ‘담다’와 ‘담그다’

 

“너 담배 한 개피/까치/가치만 줄래?”
“과거에 지금보다 어렵게 살 때는 ‘까치 담배’를 사서 피웠었지.”

 

위의 첫 번째 문장에서 ‘개피, 까치, 가치’ 중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요? 이 중 어느 하나를 맞았다고 골랐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 세 표현은 모두 ‘개비’의 잘못입니다. ‘개비’는 사전을 찾아보면 1.가늘게 쪼갠 나무토막이나 기름한 토막의 낱개, 2.가늘고 짤막하게 쪼갠 토막을 세는 단위라고 나와 있고 ‘개피, 까치, 가치’는 모두 ‘개비’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개비는 ‘성냥개비, 장작개비’ 등의 말에서 쓰이고 담배의 낱개를 세는 단위로도 쓰입니다. 따라서 ‘담배 한 개비, 담배 두 개비’와 같이 써야 맞는 표현이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장에서 ‘까치 담배’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이것도 ‘개비 담배’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 되겠지요. 과거 1970-80년대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는 담배를 낱개로 해서 팔기도 했는데 이를 일반적으로 ‘까치 담배’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맞는 표현으로 바꾸려면 ‘개비 담배’라고 해야 맞습니다.

‘철수야, 가서 담배 한 곽/한 갑 사와라.’

이 문장에서 ‘한 곽’과 ‘한 갑’중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요? 이번에도 둘 다 모두 틀린 표현일까요? 이번에는 두 번째 것이 맞는 표현입니다. 즉 ‘한 갑’이 맞는 표현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갑’은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라는 뜻풀이가 나오고 ‘곽’은 ‘갑’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즉 위의 문장에서 ‘담배 한 갑’이라고 해야 맞는 것입니다. ‘성냥갑, 담뱃갑, 빈 갑’과 같이 쓰이고 갑의 수를 셀 때에도 ‘담배 한 갑, 성냥 세 갑’과 같이 쓰입니다. 담배와 관련한 표현을 알아보았는데 정리하자면 ‘담배 한 개비, 담배 두 갑’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요즘 젊은 여성 중에 김치 담는/담그는 법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위의 문장에서 ‘담는’이 맞을까요? ‘담그는’이 맞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김치를 담다’란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여기서 ‘담다’란 ‘어떤 물건을 그릇 따위에 넣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므로 ‘김치를 담다’란 표현은 ‘김치를 통이나 그릇에 넣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위의 문장에서 ‘담는’이란 표현을 써도 문법적으로는 틀린 문장이 아니지만 의미상으로는 어색한 문장이 됩니다. 젊은 여성들이 통에 김치를 넣는 방법을 모를 리는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담그다’는 ‘김치ㆍ술ㆍ장ㆍ젓갈 따위를 만드는 재료를 버무리거나 물을 부어서, 익거나 삭도록 그릇에 넣어 두다’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따라서 위의 문장에서는 ‘김치 담그는 법’이라고 써야 맞는 표현이 되는 것이지요. 참고로 ‘김치를 담궈 먹자’와 ‘김치를 담가 먹자’는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요? 이것도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데 ‘담그다’의 활용형은 ‘담가’가 맞습니다. ‘담궈’는 기본형이 ‘담구다’일 때 나올 수 있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담구다’는 잘못된 표현이기 때문에 ‘담가’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개비’와 ‘갑’ / ‘담다’와 ‘담그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호에 더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박시균  (국어국문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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